말씀묵상

[2020. 6. 28. 교황주일] 받아들임(포용)

0 10,311 2020.06.25 16:14

받아들임(포용)

 

지금까지 세계 역사의 흐름은 강한 힘(군사력, 경제력)으로 상대를 침범하여 약탈하거나 흡수통합하는 유형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상대와의 다름격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임(포용)’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유색인종 차별’, ‘난민 문제’, ‘이념 대립’, ‘신자유주의등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주의’, ‘빈부 격차’, ‘세대 간의 충돌’, ‘이주민들의 토착화에서 발생하는 문화와 정서의 충돌’, ‘이민자 수용문제등이 중요한 해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포용남을 아량 있고 너그럽게 감싸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포용은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방법이지만 많은 조건을 요구하기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먼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상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다음에 현실적 문제인 자기희생과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2016년 폴란드 세계청년대회(WYD)에 우리 교구 청년 100명 정도가 참가하였는데 참가자 중에는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이 참가를 간절히 원하여 참가 승인을 하였지만 이 친구들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불편하면 어쩌지? 그리고 홈스테이 가정에서 이 아이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나의 모습은 인솔자로서 갖는 행정적 걱정이지 목자가 갖추어야 할 자비의 모습은 아니었다.

 

젊은이들은 불편한 친구들을 순례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받아들였고 그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그리고 폴란드 홈스테이 가정들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폴란드의 아름다운 전통을 전하였다. “폴란드 사람들은 집에 오는 손님을 예수님이 오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몸이 불편한 친구도 우리 가정에 오시는 예수님이예요. 우리는 불편하고 상처투성이인 예수님을 마음으로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홈스테이 가정은 나에게 받아들임(포용)’은 성대한 환영이고 상대방을 향한 하느님의 축복임을 일깨워 주었다. 참가 젊은이들과 폴란드 홈스테이 가정의 받아들임(포용)’은 항상 좌절과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통하여 희망을 심어주었다.

 

오늘 말씀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선포해야 할 희망과 복음은 받아들임(포용)’임을 알려주고 있다. 엘리사 예언자는 자신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받아들인 수넴 여인에게 내년 이맘때 아들을 안게 된다는 약속으로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한 미래로 바꾸어 준다. 그 여인의 받아들임은 아들이라는 기쁜소식으로 열매를 맺는다(1독서).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 즉 하느님을 받아들임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희망을 선포한다(2독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복음).

 

오늘은 교황 주일이다. 교황으로 선출되어 끊임없이 받아들임(포용)’을 위하여 외로운 투쟁을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억한다. 그분은 상대방을 향한 시선으로 사목을 시작하고 받아들임(포용)’으로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는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가? 그분은 이 시대의 복음인 받아들임(포용)의 희망을 전하는 포용의 사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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